내 생일 그리고 Y 교수
Y 교수.
난 당신을 참 존경한다.
당신이 가진 그 능력이 부럽다.
사람들은 당신을 천재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의 능력이 천부적 일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만 믿어야만 하겠다)
그래서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그 비결이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내 생일, 당신과 우연히 한 잔 하게 됐다.
| 1차, 삼겹살집
시끄러운 삼겹살집 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공허한 노래에 의미를 부여해주던 당신이 있었다.
"이노래 뭐지? ~ 아 에피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나도 잘 모르는 가수에 대해서 50대인 당신은 제법 알고 있었다.
아마 당신은 노래 듣는것을 꽤 즐기구나 싶었다.
그날 따라 노랫말이 당신을 이 끌었나 보다.
|2차, 호프집
우리만 들어가면 꽉 들이 찰듯한 호프집이 있었다.
빈 가게를 지키던 사장님은 흔쾌히 우리가 원하는 노래를 틀어주겠노라고 했다.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리게 해달라고 한 '모란동백'을 가장 먼저 들어보자 했다.
얼마 전 돌아가신 Y교수 당신의 장모를 생각했을까? 아니면...?
잇따라 김광석의 메들리가 시작되었다.
"왜 텅 빈 방안일까, 왜 방이 커진 걸까 그녀와 함께 있던 방이었다는 거잖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점점 멀어져 간다라니. 하루가 이렇게 멀어져 멀어져 가는 거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잖아~!" (서른즈음에)
당신은 가사 하나 하나 씹어 들었다.
우리는 그날 정말 수 많은 노래를 들었고, 노래에 취했다. 그 대신 우리의 안주는 처음 그대로였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015B의 '이젠 안녕'을 듣고 자리를 털면 되겠다"라며 광고인 티를 내는 농담을 던졌다.
다음날 보니 이런 사진도 찍혀져 있었다.
| 집으로가는 31번 버스 안
아무튼,
내생일인 12월 7일, 당신과 한 잔 하면서
당신이 쓰는 카피, 당신의 시선은 이렇게 나오는 걸까?'라는 선물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 가는 술자리에서 받은 당신에게 받은 문자
생일 축하해, 3분전 - PM11:57
꽤 괜찮았던 26살 생일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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