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k boy

면접 그리고 졸업

단상 2017. 2. 14. 17:58



쉬는 동안 있었던 굵직한 일 두개.

1. 꽤 원하던 회사에 면접을 봤다가 떨어졌고

2. 졸업을 했다. 



1. 먼저, 면접 본 이야기부터 하자면, 한 광고대행사 면접을 봤다. 

자소서 질문부터가 신선했는데 이런것들을 물어봤다.


1) 내 '인생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들려주세요.

2) 가장 좋아하는 광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광고 온에어 시기, 광고회사, 국내/외 광고 등 어느 것이든 관계 없습니다.

3) 지금껏 들었던 칭찬 중 가장 본인의 가슴을 뛰게 했던 칭찬은 무엇이었나요?

4)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자랑해주세요

5) 본인이 광고회사의 기획팀 팀장이라면 어떤 신입사원을 뽑고 싶은지 들려주세요.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머리를 짜내지 않아도 돼서, 있는 그대로 써서 보냈다. 내심 기대를 하긴 했다. 

그리고 발표날 하루종일 똥줄 타고있다가, 저녁 6시가 다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나 : 여보세요?

회사 : 박건희 학생 되시죠? 여기는 OO입니다.

나 : 아 네! 안녕하세요 (이미 격앙되었던 것 같다.)

회사 : 저희측에 지원서 보내주셨죠? 1차 면접대상자로 선발되셨습니다....그런데 지역이 부산이시네ㅇ...요?

나 : 아! 그런데 문제 없이 준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몇 시까지 가면되나요 ?!!!!!!!

회사 : 풉;;; 아넨ㅋㅋ 그.. 그러면 .....


이런 전개가 있었다. 어지간한 내 다급함에 전화 주신 직원께서 웃음을 참는게 느껴졌다.ㅋㅋㅋ

이튿날 전화주신 담당자분이 안내를 도와주셨는데, 꽤나 전화할 때 당황스러웠다고 말씀해 주셨다. 

혹시 기차표나 그런게 없으면 어떡하려고 하나 하셨단다. 이제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긴한데 ㅋㅋㅋ 그냥 귀여웠겠지 싶다. 


면접 15분전에 도착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잠시만 기달려 달라고했다. 1층 주차장이 추웠지만 사옥구경하고, 미군기지 구경하면서 목을 풀었다. 

지하의 면접실 (회사 컨퍼런스 룸 정도 되는거같았다)로 안내받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먼저 기획 1팀 팀장님이 먼저오셔서 인사를 했고, 부산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다. 

신도고등학교 이야기와 술은 그럼 시원먹겠네요? 했던 대화가 기억남는다. 부산 출신인것 같았는데 끝내 못 물어봤다. 

편하게 해주시려고 배려해주신거 같은데, 아이스 브레이킹의 대화를 꽤 주고 받았던 것같다. 


근데 이게 문제였다. 긴장이 풀리자 면접관이 너무 편해진거다. (인상도 좋고 하셔서 ㅠㅠ 이야기 하다 보니 친한 누나처럼 느껴 졌다.)

기획 2팀 팀장님이 오시고 본격적으로 면접이 시작되고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속아 내가 좀 더 계산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질문의 의도에 맞는 대답을 했었어야 했는데 계속 겉도는 두루뭉술한 대답을 했다. 

다음번에는 권익이처럼 좀 더 간절한 마음을 품고 가야겠다. 

(그 외에도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냐는 질문에 크게 헛다리 짚은 것, 우리 회사에 대해 궁금점이 없냐는 질문을 준비해가지 못한것 등이 감점 요인이었을거다.)


결과는 낙방이다. 첫술에 배 부르랴 하는 생각에 기대는 안하고 있었지만, 탈락 메일을 받고는 씁쓸해서 혼자 집에서 쏘맥을 말아서 '라이드'라는  영화를 봤다. (서핑하고싶었다)

왕복 기차표에 숙박비등 지출이 좀 커서 마음이 아프지만, 경석이와 권익이가 밥을 사줘서 식비는 굳었다. ㅎ_ㅎ 

이번 경험이 내 훗날 씨앗이 되겠지라는 생각을 억지로 해본다. 



-------


2. 졸업을 했다.

사실 면접에 낙방한 것 때문에 멘붕이 와서 졸업이니 뭐니 아무 것도 하기싫었다. 

그러다가 졸업식 당일 아침이 되어서야 정장을 입는데 실감이 났다. 


학교에 도착하고 보니, 나와 함께 A가 사전에 준비했던 자축 화환이 위풍당당 서 있었다. 


"우리가 졸업을 하다니" 


참 ㅋㅋ 진짜 우리가 졸업을 하다니 싶다. 

그리고 졸업식 풍경은 참 다채로웠다. 

햇수로 7년간 다닌 정든 학교를 떠난다는것에 대한 아쉬움, 사회로 밀려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추억이 잊혀질까 드는 걱정, 출발을 기대하는 설렘 등이 공존했다. 

정든 친구들과 더 많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이 제일 컸다. 







그리고 졸업 소감으로 엄마께 감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첫번째라 분위기 탓에 준비한 말들을 다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졸업식 자리를 빌어 전해드린 내 마음과 진심이 엄마의 인생에 오래오래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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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나는 '애플빠'이다. 지금 타이핑 치고 있는 노트북은 맥북이고,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폰이다. 거기에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사용 중이다.


주변에서 나를 보고 일부에서는 왜 AS도 안좋고, 이쁜 쓰레기라고 불리며, 겨울이면 툭하고 꺼져버리는 성능을 가진 애플을 도대체 왜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팩트 폭력이라니... 부들부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유는 비단, 제품이나 AS따위에 머물지 않는다. 그런 부류의 이유보다는 애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원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를 건재하게 해주는 아이폰 광고는 늘 화재가 된다. 

이번 광고도 tvcf.co.kr - '눈에띄는 광고' 꼭지에 소개되고 있다.



광고명 : 로미오와 줄리엣

광고주 : 애플코리아, SKT

대행사 : - 

제작사 : - 

On-air : 2016.12.21



-COPY-

찍으면 영화 같은 iPhone7


아이폰의 강점인 카메라를 드라마틱하게 소구했다. 아버지가 찍는 아이의 학예회 영상이 마치 영화 한편 같이 찍힌 다는 것.

아이폰의 광고는 늘 이렇게 아이폰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제시한다. 

굳이 제품의 기능적 접근보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틱하게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마치 '아이폰은 이렇게 쓰는 겁니다.'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소나타 광고가 떠오른다. 혹시 아이폰 광고가 Ref였을까?)



덧1.

아이폰 광고 마지막에는 통신사 로고가 늘 나온다. (그래서 광고주가 2개다)

매체비를 애플과 통신사와 분담하기 때문이다.

예전과 같이 KT에서만 아이폰을 쓸 수 있었다면 이러한 광고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현재는 3사가 모두 아이폰을 개통하는 마당에 애플의 광고 막바지에 1초남짓 나오는 통신사 로고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다. 그것도 아무런 차별점 없이 나오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아직까지 이렇게 매체비를 분담한다는 것은 애플의 브랜드 파워 때문일까 ?


덧2. 

슬OOOOOOO라는 회사에 인턴면접을 보러갔을 때 가장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코카콜라라고 말해버린 나를 생각해본다... (바보다 바보)

Y 교수. 


난 당신을 참 존경한다.


당신이 가진 그 능력이 부럽다.


사람들은 당신을 천재라고 부르지만, 


나는 당신의 능력이 천부적 일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만 믿어야만 하겠다)


그래서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그 비결이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리고 얼마 전 내 생일, 당신과 우연히 한 잔 하게 됐다.




| 1차, 삼겹살집


시끄러운 삼겹살집 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공허한 노래에 의미를 부여해주던 당신이 있었다.


"이노래 뭐지? ~ 아 에피톤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나도 잘 모르는 가수에 대해서 50대인 당신은 제법 알고 있었다.


아마 당신은 노래 듣는것을 꽤 즐기구나 싶었다. 


그날 따라 노랫말이 당신을 이 끌었나 보다.



|2차, 호프집 


우리만 들어가면 꽉 들이 찰듯한 호프집이 있었다.


빈 가게를 지키던 사장님은 흔쾌히 우리가 원하는 노래를 틀어주겠노라고 했다.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리게 해달라고 한 '모란동백'을 가장 먼저 들어보자 했다. 


얼마 전 돌아가신 Y교수 당신의 장모를 생각했을까? 아니면...?


잇따라 김광석의 메들리가 시작되었다. 


"왜 텅 빈 방안일까, 왜 방이 커진 걸까 그녀와 함께 있던 방이었다는 거잖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점점 멀어져 간다라니. 하루가 이렇게 멀어져 멀어져 가는 거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잖아~!" (서른즈음에)


당신은 가사 하나 하나 씹어 들었다. 


우리는 그날 정말 수 많은 노래를 들었고, 노래에 취했다.  그 대신 우리의 안주는 처음 그대로였다. 


그리고 당신은 "이제 015B의 '이젠 안녕'을 듣고 자리를 털면 되겠다"라며 광고인 티를 내는 농담을 던졌다. 




다음날 보니 이런 사진도 찍혀져 있었다.





집으로가는 31번 버스 안


아무튼,


내생일인 12월 7일, 당신과 한 잔 하면서 


당신이 쓰는 카피, 당신의 시선은 이렇게 나오는 걸까?'라는 선물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 가는 술자리에서 받은 당신에게 받은 문자 


생일 축하해, 3분전 - PM11:57


꽤 괜찮았던 26살 생일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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